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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의 탈중앙화는 권력을 나누는 일일까, 책임을 흩트리는 일일까

by szsz11 2025. 6. 25.

 

블록체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선언이다. 탈중앙화라는 구조는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 권력과 통제를 한곳에 집중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권력을 나누는 일이 책임까지 분산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 탈중앙화는 새로운 자유를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혼란도 만들어낸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는 권력을 나누는 일일까, 책임을 흩트리는 일일까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는 권력을 나누는 일일까, 책임을 흩트리는 일일까

 

블록체인 탈중앙화의 권력과 책임

 

이 기술은 누가 주도하는가 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지는 동시에, 누가 책임지는가 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블록체인은 단지 효율이나 안전을 추구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사회를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상상력의 전환이다. 지금 탈중앙화는 단순한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책임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다루고 있다.

 

탈중앙화는 권력의 분산인가, 책임의 분산인가

 

사람들은 블록체인을 기술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 질서와 권력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담겨 있다. 탈중앙화는 하나의 이상이자, 기존 질서에 대한 문제제기다. 중앙 권력 없이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다는 전제는 기존 사회가 만들어온 위계질서를 해체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 구조는 누군가에게는 자유를, 누군가에게는 불안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권력이 흩어진다는 것은 동시에 책임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기존 체제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물을 주체가 명확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에서는 수많은 참여자들이 같은 수준으로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 구조는 한편으로는 협력의 가능성을 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책임의 공백을 남긴다. 우리는 지금 기술을 통해 권력을 나누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만큼 책임에 대한 철학도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권력이 분산되면 판단의 구조도 함께 달라진다


탈중앙화는 단지 서버나 데이터를 여러 곳에 두는 문제가 아니다. 이 구조는 의사결정의 주체를 단일한 권위에서 다수의 참여자로 옮긴다. 블록체인에서는 중앙 통제 없이도 합의가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권력은 보이지 않게 흩어진다. 누구도 단독으로 시스템을 통제할 수 없고, 결정은 다수의 참여를 전제로 이뤄진다. 이 변화는 단지 구조적 진화가 아니라, 판단의 철학을 새롭게 구성한다. 기존 중앙집중형 시스템에서는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고리가 분명했다. 그러나 탈중앙화 시스템에서는 결정이 공동의 이름으로 내려지기 때문에, 그 결정의 무게도 분산된다. 이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구조라기보다는, 책임의 방식이 바뀌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책임이 분산될 때 생기는 공백은 누구도 쉽게 메우지 못한다


책임이 공동의 영역으로 흘러가면, 문제 발생 시 누가 해결해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탈중앙화는 모두의 것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아무의 것도 아닌 상태로 남을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계약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 누가 그것을 복구하고, 그 피해를 책임질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모두 소유자이자 운영자라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실수 또한 모두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책임이 모두의 몫이 되는 순간, 실행의 주체는 사라진다. 이는 공동체의 힘을 시험하는 일이기도 하고, 시스템이 얼마나 인간적 결정을 수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과정이기도 하다.

 

노드의 민주주의, 블록체인은 어떻게 합의를 설계했는가

 

블록체인은 단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합의 라는 개념을 기술로 풀어낸 구조다. 이 시스템은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지 않아도, 정해진 방식에 따라 공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움직인다. 기존 사회는 누군가의 명령이나 절차적 권위에 따라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블록체인은 완전히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블록체인은 참여자들을 노드라는 이름으로 수평화하고, 그들 모두가 동일한 위치에서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 구조는 단순히 기술적인 분산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를 디지털 구조로 재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이 안에는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복잡한 설계 철학이 숨어 있다. 블록체인은 어떻게 갈등을 피하고, 불확실성을 통제하며, 신뢰를 보장하는지를 기술만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이제 우리는 그 설계의 본질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은 합의를 신뢰 대신 절차로 만든다


블록체인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서로를 신뢰할 필요가 없다. 시스템은 각 노드가 동일한 정보를 공유하고, 같은 규칙 아래 행동하도록 만든다. 블록체인은 이런 구조를 통해 신뢰를 사람 사이가 아니라 코드 위에 세운다. 이 시스템에서는 누가 먼저 기록을 남길 수 있는지를 정하는 기준이 있다. 이 기준은 단순한 우선순위가 아니라, 공정하게 경쟁한 결과라는 정당성을 담고 있다. 작업 증명(Proof of Work)이나 지분 증명(Proof of Stake) 같은 합의 방식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모든 참여자는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거나 기여하며, 정해진 절차를 따라 결정권을 확보한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은 누가 결정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에 집중한다. 그것이 바로 블록체인이 권력을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노드 간의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블록체인은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구조다. 각 노드는 독립적이지만, 전체 시스템의 무결성을 위해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블록을 먼저 생성하는 노드는 보상을 받지만, 그 결과는 전체 네트워크의 확인을 거쳐야만 유효해진다. 이때 블록체인은 무작위성과 기여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설계한다. 특정 노드가 독점적인 권한을 가지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바로 이 시스템의 핵심이다. 합의는 일방적인 명령이 아니라, 일련의 동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각 참여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전체 질서를 유지하는 복합적인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블록체인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 하나의 디지털 정치 구조처럼 보이게 만드는 이유다.

 

블록체인은 열린 참여에 따른 새로운 윤리를 요구한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 이 기술은 특정 기관이나 권위 없이도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기술적 합의만으로 시스템을 유지한다. 하지만 참여가 개방되어 있다는 사실은 단지 기술적 개념이 아니라, 그 자체로 윤리적 질문을 동반한다. 열린 구조는 평등을 가능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책임과 판단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도 초래할 수 있다. 누구든 들어올 수 있고, 누구든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설계자와 참여자 모두에게 새로운 윤리적 기준을 요구하게 된다. 블록체인은 단순히 분산된 시스템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신뢰를 만들고, 갈등을 조정하며, 공동의 가치를 나눌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기존의 중앙 집중형 구조에서는 필요 없었던 질문들이 이제 블록체인 안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참여의 개방성은 신뢰와 책임의 방식에 변화를 만든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참여자의 배경이나 목적을 사전에 필터링하지 않는다. 이 개방성은 블록체인의 가장 강력한 특징이지만, 동시에 가장 복잡한 윤리적 문제도 함께 만든다. 기존의 시스템에서는 참여 전에 신원 확인과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지만, 블록체인에서는 이런 과정이 생략된다. 따라서 신뢰는 사람에게서가 아니라, 코드에 의해 보장되어야 한다. 참여자들은 서로를 잘 알지 못한 채 함께 시스템을 운용하게 된다. 이 구조는 투명성과 자율성을 전제로 하지만, 만약 악의적 참여자가 생겼을 경우 그 책임은 누구에게로 돌아가는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결국 블록체인은 모든 참여자에게 기술적 참여를 넘어 윤리적 참여까지 요구하게 된다.

 

설계자는 윤리적 균형을 고려해야 할 책임을 갖는다


개방된 시스템은 설계 그 자체가 윤리의 출발점이 된다. 블록체인을 만든 사람들은 단순히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구조 안에 어떤 행동이 가능하고, 어떤 행동이 제한되는지를 정의하게 된다. 예를 들어, 누구든지 코드를 변경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완전히 자유롭기만 하다면, 결과적으로 소수의 기술 능력자가 시스템을 지배하게 되는 역설이 생긴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설계자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으면, 사용자들이 겪는 혼란으로 이어진다. 설계자는 모든 사용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특정 사용자 집단이 부당한 이익을 얻지 않도록 조정할 책임이 있다. 이는 기술의 윤리를 넘어서, 디지털 사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책임으로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