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3는 과연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한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까, 그리고 기술의 중심에서 벗어나 진정한 분산적 윤리를 실현할 수 있을까. Web3가 만드는 새로운 사회적 틀은 이제 선택이 아닌, 우리가 직면한 공동의 과제가 되었다.
디지털 공간은 더 이상 단순한 정보 유통의 통로가 아니다
Web3가 등장하면서 디지털 세계는 고유의 영토성을 갖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물리적 국적과 별개로 자신이 속한 ‘프로토콜 기반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고 있다. Web3는 개인에게 데이터와 자산에 대한 주권을 부여하면서, 디지털 시민권의 개념을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구성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서 정치적 재편과 깊은 관련이 있다.
개인은 블록체인 기반 커뮤니티 안에서 투표하고, 자원을 배분하며, 집단적 결정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이처럼 디지털 영토는 소속, 책임, 권리의 경계를 다시 긋는 중이며, 그 중심에는 참여 경제와 주권의 철학이 놓여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 속에서도 알고리즘 권력은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기술적 참여 장벽은 디지털 평등을 위협한다.
디지털 영토 개념의 부상과 Web3 시민권의 재구성
인터넷은 오랫동안 물리적 공간의 대체물이 아닌, 그 연장선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Web3 기술이 등장한 이후, 디지털 공간은 독자적인 ‘영토’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플랫폼 위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토콜 기반의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디지털 시민권이라는 개념의 탄생으로 이어지며, 전통적인 국적과 소속의 의미를 흔들고 있다.
블록체인은 정체성과 소유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토대를 제공하고, 커뮤니티는 그 위에서 법과 제도를 자율적으로 만들어낸다. 이와 같은 디지털 영토의 확대는 기존의 정치 질서와 권력 구조에 균열을 일으키며, 사회적 상상력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Web3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권리의 재정의가 진행 중인 정치적 사건이다.
디지털 영토는 어떻게 형성되며, 왜 정치적 공간이 되는가
디지털 영토는 단순한 정보 저장 공간이 아니라, 자율적인 규칙과 구조를 가진 공동체의 장이다. Web3에서는 스마트 계약이 사회적 약속을 대체하고, 토큰이 통화의 역할을 한다. 이는 법과 경제, 행정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질서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 같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기술적 인프라에 머무르지 않고, 수많은 탈중앙화된 커뮤니티가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실제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
사용자는 그 공간 안에서 정체성을 부여받고, 자산을 소유하며, 규칙 제정에 참여한다. 이 모든 요소는 전통적인 의미의 국가나 도시가 수행하던 역할과 매우 유사하다. 디지털 영토는 그래서 ‘인터넷 안의 사회’가 아니라, ‘사회 그 자체’로 인식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Web3 시민권은 국적이 아닌 ‘기여’와 ‘참여’로 정의된다
Web3 시민권은 혈연이나 지리적 조건이 아닌, 기여와 참여를 기반으로 형성된다. 사용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네트워크의 성장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존재로 간주된다. 디지털 시민권은 주로 지갑 주소와 연결되며, 거버넌스 토큰을 통해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DAO에서는 참여자의 투표로 프로젝트의 예산, 방향, 정책이 결정되며, 이는 기존 정치 구조에서 시민이 행사하는 투표권과 유사하다.
그러나 차이점은 뚜렷하다. 여기서 시민권은 고정된 자격이 아니라 유동적인 신뢰와 공헌도를 기반으로 주어진다. 참여자의 활동이 많을수록 권한이 확장되며, 때로는 신뢰 기반의 평판 시스템이 추가되어 공동체 내부에서의 위상이 결정된다. 이처럼 Web3의 시민권은 단순히 시스템에 ‘속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능동적인 실천과 연결되어 있다.
디지털 주권과 알고리즘 권력의 탈중앙화는 공존 가능한가
디지털 주권은 단지 데이터에 대한 소유를 넘어서, 사용자가 기술적 권력 구조에서 독립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Web3는 이 개념을 현실화하려는 시도로 출발했으며, 개인이 자신의 정보, 자산, 정체성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사회를 그린다. 그러나 Web3 시스템 역시 알고리즘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이 알고리즘이 결국 또 다른 형태의 권력으로 기능한다는 점은 간과되기 쉽다. 사용자는 분산된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네트워크의 핵심 로직은 여전히 코드와 수학적 설계에 따라 움직인다.
알고리즘이 탈중앙화된 환경에서 사용자 선택을 유도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면, 주권은 정말로 사용자의 손에 쥐어진 것일까. 이 글은 디지털 주권의 실현이 알고리즘 권력의 분산 없이 가능한지, 그리고 그 두 개념이 실제로 공존할 수 있는지를 정밀하게 살펴본다.
알고리즘은 어떻게 탈중앙화를 위장한 새로운 권력이 되는가
Web3의 스마트 계약과 프로토콜은 겉으로는 투명하고 자동화된 질서를 제공하지만, 그 구조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개발자와 초기 참여자에게 상당한 영향력이 집중된다. 이들은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 기술적 선택을 통해 ‘어떤 행동을 유도하고 어떤 행동을 억제할지’를 정한다.
이러한 결정은 시스템 이용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규범이 되며, 플랫폼에서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사용자는 자기 결정권을 갖는 듯하지만, 사실상 알고리즘의 통제 안에서만 행동할 수 있다. 게다가 프로토콜이 ‘변경 불가능성’을 갖는 경우, 초기의 설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절대적인 질서로 굳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고리즘은 탈중앙화된 권력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기술적 중앙집권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주권은 알고리즘의 해석 가능성과 협의 구조에서 시작된다
디지털 주권이 진정 실현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이 ‘객관적인 질서’가 아니라, 협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코드가 곧 법이 되는 Web3에서는 그 코드가 누구에 의해,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하다. 사용자는 코드의 내용과 결과를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피드백하거나 수정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의 투명성, 해석 가능성, 그리고 설계 구조에 대한 참여적 접근이 필요하다. 일부 DAO는 알고리즘 변경에 대한 거버넌스 투표를 도입해 기술 권력에 대한 집단적 제어 시도를 실험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확장되면, 알고리즘은 더 이상 기술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집단적 의사결정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결국 디지털 주권은 기술이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협의와 개입을 통해 계속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참여의 평등은 어떻게 기술적 장벽과 충돌하는가
Web3는 사용자 중심의 분산된 참여 구조를 지향하며, 누구나 네트워크에 기여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약속해왔다. 그러나 참여의 평등이라는 이상은 현실에서 기술적 장벽과 빈번히 충돌한다. 블록체인, 지갑, 스마트 계약 등 Web3 생태계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수이며, 이를 갖추지 못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소외된다.
Web3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기술에 익숙한 소수만이 참여의 주체로 인정받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술이 새로운 권력의 문턱이 되어버리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참여의 평등이 공허한 구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글은 Web3에서 기술적 장벽이 어떻게 평등한 참여를 제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기술적 능력은 새로운 ‘참여 자격’이 되고 있다
Web3는 탈중앙화된 인터넷을 지향하지만, 그 기반은 여전히 고도로 기술적인 환경 위에 구축된다. 사용자는 블록체인 지갑을 생성하고, 토큰을 전송하며, 스마트 계약에 서명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는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 능력만으로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결국 이러한 기술적 요구사항은 ‘기술에 접근 가능한 사람들’에게만 참여의 문을 열어주는 결과를 낳는다. 프로그래밍이나 암호학에 익숙한 사람은 커뮤니티의 설계자나 초기 기여자로 활약할 수 있지만, 기술에 취약한 다수는 소비자로 머무르기 쉽다. 이 구조는 참여가 가능하다는 개념 자체를 왜곡시키며, 기술 숙련도를 보이지 않는 참여 자격으로 전환시킨다. 평등한 참여를 이야기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기술적 자본의 유무가 참여의 깊이를 결정하게 되는 셈이다.
접근성의 격차는 경제적, 지역적, 문화적 배제를 강화한다
기술적 장벽은 단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접근성 자체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고성능 디바이스, 안정적인 인터넷, 그리고 암호화폐 거래에 필요한 자금은 모두 Web3 참여를 위한 기본 인프라다. 그러나 이러한 인프라는 지역이나 경제적 배경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일부 지역은 법적으로 암호화폐 거래가 제한되어 있고, 다른 지역은 인터넷 속도와 디바이스 환경이 참여에 불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영어 중심의 문서와 인터페이스는 비영어권 사용자에게 추가적인 진입 장벽을 만든다. 이런 현실은 Web3가 국경과 인종, 계층을 넘나드는 기술이라는 주장과 충돌하며, 오히려 기존 사회 구조의 불균형을 강화할 위험을 안고 있다. 참여의 평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기술 이전에 인프라와 문화적 문턱을 낮추는 구조적 시도가 병행되어야 한다.